[카토커] ‘해체 위기’ 송산고 배구부 박희상 전 감독 “학교가 잘못해놓고 나간 지도자와 학부모 탓하는 것, 비겁하다”

[카토커] ‘해체 위기’ 송산고 배구부 박희상 전 감독 “학교가 잘못해놓고 나간 지도자와 학부모 탓하는 것, 비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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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상 전 송산고 배구부 감독이 최근 서울 모처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학교가 많은 잘못을 해놓고 나간 사람을 탓하며 배구부를 없앤다는 주장은 너무 비겁하다.”

경기 화성시 송산고 배구부 박희상 전 감독(52)이 한 말이다.

박 감독은 최근 본지와 만나 송산고 배구부 사실상 해체 발표와 관련해 학교 측이 그동안 벌여온 행태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 감독은 “송산고는 배구부를 해체하는 이유로 전임 감독, 학부모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게 많아 인터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인 박 전 감독은 2019년 부임했고 지난 2월 말 계약해지됐다.

송산고는 이달 초 내년도 배구부 신입생을 받지 않겠다고 학부모들에게 통보했다. 송산고는 최근 △전임 감독와 배구부 학생들의 폭력·폭언 △감독과 학교 관리자 불법찬조금 모금 △배구부 담당 교사 김영란법 위반으로 신고 △성적조작 혐의로 민원 제출 △경기도교육청 운동부 운영메뉴얼 위반 등을 이유로 거론했다.

박 전 감독은 “불법 찬조금·불법 숙소 운영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조사를 받았고 아동학대·폭언·폭행은 경찰서에 고소가 접수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그는 “학교 기숙사가 있는데 배구부 학생들에게는 오픈하지 않았다”며 “결국, 여느 다른 운동부들과 마찬가지로 부모가 돈을 모아 숙소를 얻었고 관리비를 걷어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겨울에 훈련하는데 온풍기에 기름이 없어 학부모가 기름을 보내줬는데 이게 불법찬조란다”며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학교로부터 이전 교장, 교감이 경고를 받았고 현재 교감은 학교로부터 소송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구부 차량이 없어 학부모 차량으로 이동해 전지훈련을 간 게 불법 찬조라고 학교는 주장한다”며 “차량을 렌탈해서 갈수있도록 학교 예산을 사용할수 있게 도와달라고 해도 학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 간식비 등을 이유로 학부모들이 학교측에 배구부 통장을 개설해달라고 요구했고 그게 올해 초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박희상 전 송산고 배구부 감독이 최근 서울 모처에서 인터뷰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김세훈 기자

폭언·폭행에 대한 경찰 조사에 대해서 박 전 감독은 “고소가 두 건이 제기됐다”며 “나와 학부모 등이 조사를 받았고 무혐의로 결정났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 태도를 지적한 받은 선수가 지도자에게 욕을 하기에 야단을 쳤다”며 “나를 경찰에 고발한 부모의 선수는 배구부를 떠났다. 그를 위해 나뿐 아니라 내 아내까지 신경을 많이 썼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적 조작에 대해서는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감독은 “지도자가 성적을 조작할 수 있나”라며 “송산고 성적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면 이런 민원이 들오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게 만일 사실이라면 형사처벌 감”이라며 “이 같은 민원이 들어왔다면 송산고와 교육청이 내부 조사를 철저하게 해서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감독은 배구부 성적 부진을 해체 이유로 댄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전 감독은 “2022년, 2023년 전국대회 결승 또는 준결승에 계속 진출했다”며 “선수들 대부분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전국대회 4강 정도 성적을 올리면 수도권 대학 배구부에 들어갈 수 있다. 박 전 감독은 “송산고 재임 초기 내가 선수들 눈높이에 맞추지 못해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며 “이후에는 좋은 대학에 갈만한 재목, 대학 수준에서 버틸 수 있는 선수를 만들자는 것을 목표로 성적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지도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자신을 해임하기 위해 여러가지 일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3년 말 교육청에 제출하는 지도자 평가서에 교감이 내 점수를 98점인가를 줬는데 교육청에 지출된 평가서에는 46점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지도자 평가점수가 80점 미만이면 규정상 재계약이 안 된다”며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박 전 감독은 “학교의 독단적인 처분 때문에 학생 선수들만 피해를 봤다”며 “나간 사람을 탓하면서 배구부를 없앤다는 학교 측 주장에 억울함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재단 이사장이 몇 해 전부터 배구부 해체를 원했고 현재 학교 측이 이를 실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산고 배구부에는 4명이 이미 학교를 떠나 지금은 10명(고등학교 3학년 5명 포함)만 남아 있다.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어 전학생이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입생도 받지 않기로 했으니 3학년이 졸업하면 팀은 운영될 수 없다. 박 전 감독은 “고사에 이은 해체가 학교가 원하는 그림이라는 말인가”라며 “재단이 배구부 해체를 원했다면, 학생들이 살 수 있는 길을 미리 마련해주고 해체하는 게 교육자다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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